우리 아이의 감기에 대해 계속해서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영유아기 아이는 면역력이 성인보다 완성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감기 따른 발열만 일어나도 부모의 마음을 두렵게 합니다. 영유아의 감기에 대해 부모가 먼저 제대로 알고 있어야 약물을 오용하지 않고 아이의 건강한 면역력 증진을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항생제를 처방하는 소아청소년과 진료 의사에게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봤다며 무례하게 훈수를 두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감기라고 하는 것은 임상을 통해 경험하며 쌓인 정보를 토대로 진료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아이를 어릴 때부터 오래 봐준 소아과 의사, 또 임상경험이 풍부한 의사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감기와 항생제
감기에는 어떤 치료가 이루어질까요?
2009년 11월에 한 조사를 보면, 7세 미만의 감기 환자에게 항생제가 75% 투여되었으며, 종류는 세파계가 66%, 마크롤라이드계가 16%였습니다. 그 밖에도 항히스타민제가 88%, 가래약은 82%, 기침약은 64%, 기관지확장제는 60%에 투여되었습니다. 모두 많은 종류의 약이 동시에 처방되고 있으며, 이런 약제를 조합하여 투여하는 것이 감기의 표준적인 치료법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증상에 대해 이와 같은 치료가 이루어지는 것일까요? 2014년에 감기에 관한 소아과 의사의 투약 조사를 보면 발열에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콧물 증상에는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며, 기침 증상에는 기침약과 기관지확장제를 투여한다는 결과였습니다.
이런 투약이 소아의 감기 증상에 어떤 영향을 줄까요?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감기에는 항생제의 효과가 없습니다. 그러나 감기에 걸린 상당히 많은 아이에게 항생제가 처방되는 것 같습니다.
이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의사에게 감기 진료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없다는 점, 전제로 하는 임상 데이터가 없었다는 점, 조기 진찰 시 발열의 원인을 알기 힘들다는 점 등 많은 요인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감기를 항생제로 치료하거나 감기의 악화를 항생제로 막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불필요한 항생제 투여에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여기서는 “감기에 처방하는 항생제”의 폐해에 대해 고민해 보았으면 합니다.
장기적 영향
인간의 몸은 세균과 공생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세균은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며, 병원성이 있는 극히 일부만이 문제를 일으킵니다. 우선 이러한 미생물의 세계관을 익힐 필요가 있는데, “병을 치료한다”는 것을 주안점으로 교육받은 의사일수록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일차진료 임상에서 병원균에만 관심을 돌리면 많은 폐해가 생깁니다. 그중에서도 영유아는 면역 발달에 세균을 이용하기 때문에 몸에 세균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기는 출생 시에 스스로 항체를 만들 수 없으며, 임신하여 있는 동안에는 엄마로부터 이행된 면역(lgG)을 받아서 몸을 지킵니다. 그러나 출생 후 엄마로부터 받은 lgG는 서서히 감소하고 생후 4~5개월에는 거의 소실됩니다. 그 후 본인 스스로 lgG를 생산하게 되며, 4~6세 무렵에는 성인에 가까운 수치가 됩니다.
영유아의 면역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많은 종류의 항원에 접촉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유아기는 면역학적으로 활발한 시기이지만, 지금은 생물학적 다양성이 없어지고 있는 stleo입니다. 그것이 알레르기나 다양한 자가 면역질환의 증가와 관련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유아기의 항생제 투여는 장내세균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장내세균은 많은 종류가 있으며 하나하나가 다양한 항원을 갖고 있어서 림프구는 그 항원을 이용하여 항체를 만드는 림프구로 변화합니다. 그런데 잦은 항생제 투여로 영유아의 장내세균이 감소하고 항생제가 빈번하게 투여될수록 그 후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난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문제는 항생제 투여로 영유아의 면역계가 받는 영향은 장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이유로 필요한 항생제 투여까지 중단해야 한다는 논의는 아닙니다. 하지만 “감기에 항생제”가 당연하다는 흐름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단기적 영향
대부분의 감기는 바이러스성 부비강염인데, 부비강염이 생긴 아이의 콧물 안에는 무균이 아니라 대부분의 경우 세균이 검출됩니다. 항생제를 복용시키면 장에서 흡수되어 혈액으로 들어갑니다. 대부분의 약은 소변으로 바로 나오지만, 극히 일부의 약만 점막에 이따금 흐르고 콧물로도 나옵니다. 그러나 화농성 콧물은 점도가 높고 유동성이 없으며, 내부에 항생제의 농도 차이도 생기기 때문에 항생제가 별로 도달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게 됩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약이 잘 도달하는 점막 가까운 곳에 있는 균은 사멸하지만, 잘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서는 항생제에 약한 균만 사멸하고, 강한 균은 살아남게 됩니다.
어린이집 등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영유아는 건강할 때도 이런 균을 보균하고 있습니다. 감기로 부비강염이 생기면 세균 증식에 최적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여기에 항생제가 투여되면 감수성이 있는 균은 줄어들지만 남게 됩니다. 또한 병원성 균일수록 내 성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항생제가 투여되면 상재균보다 병원성 세균으로 변화가 진행됩니다. 실제로 항생제 투여로 인해 영유아가 병원성 세균을 보균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영유아의 코에는 평소에도 다양한 세균이 살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고이면 그 안에서 증식합니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그것은 점령하기 직전(colonization)으로, 단순히 여기에 세균이 있기만 한 것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세균이 몸에 유해한 것이 되는 것은 감염(infection)이 생겼을 때입니다. 그럼 발열, 통증, 발적 증상이 생기는데 그 밖에 생체 반응으로서 백혈구와 CRP 수치 같은 염증 표지자가 상승합니다. 단순히 점령해 있는 상태에서는 항생제를 투여해도 환자에게 유해할 뿐입니다. 감염 상태가 되어서야 비로소 항생제를 투여하는 장점이 단점을 상회하게 됩니다. 콧물과 기침은 단순히 분비물이 있음을 보여줄 뿐이지 지표가 되지는 않습니다.
단순히 감기가 있다는 이유로, 혹은 콧물이 색을 띤다는 이유로 항생제를 투여하는 것은 간편합니다. 그러나 그런 증상을 보고 기계적으로 처방한다면 보호자가 믿고 아이를 진찰하게 할 수 있을까요? 약 처방으로 보호자의 만족은 얻을 수 있어도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위해 우선은 “감기에 항생제”라는 편견을 바꿔야 합니다.
다음 포스팅은 일반적으로 아이 감기에 처방되는 약에 대해 간단히 다루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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